스테이블코인으로 돈을 버는 미국 – 1조 달러 국채 시장 설계와 GENIUS Act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미국의 패권은 달러(USD)의 압도적인 지위에 기반한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의 확산은 이 전통적 패권에 새로운 통제 전략을 요구했다. 미국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대신,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하는 독특한 전략을 취했다. 이 전략은 2025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GENIUS Act의 법제화로 완성되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달러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공식화하며, 미국에 단기 국채 시장의 거대하고 영구적인 구매자를 확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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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까지 1조 달러: 스테이블코인 준비금과 미국 국채 시장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경제에 가져오는 가장 크고 명확한 이익은 대규모 자본 유입과 이자 수익이다.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과하여 이 이익을 제도적으로 확보했다.
- 100% 안전 자산 준비금 의무화: 발행된 스테이블코인 전액은 현금, 은행 예금, 그리고 93일 만기 이내의 단기 미국 국채(T-Bills) 등 초유동성 안전 자산으로만 1:1 보유되어야 한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모든 자금은 법적 의무에 따라 꾸준히 미국 금융 시스템으로, 특히 단기 미국 국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미국 재무부 산하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보유할 미국 단기채 규모가 2028년에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JP모건 머니마켓펀드나 중국 정부를 능가하는, 미국 국채 시장의 핵심적인 신규 수요처가 된다는 의미다. 이 막대한 자금은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하여, 미국 정부의 채권 발행 부담과 이자 비용을 실질적으로 경감시킨다.
‘디지털 시뇨리지’ 완성: 스테이블코인 이자 수익 독점과 금융 통제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Yield)은 미국이 누리는 가장 강력한 경제적 혜택, 즉 디지털 시뇨리지(Digital Seigniorage)이다.
이자는 발행사의 몫: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대신, 발행된 스테이블코인 자체는 이자 지급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즉,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아닌 발행사와 이 자산을 관리하는 미국 금융기관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준비금 이자를 고스란히 독점한다.
무이자 대출 효과: 전 세계 사용자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며 저렴하거나 무료로 국경 간 결제를 하는 동안, 그들이 잠재적으로 예치한 자금은 미국 국채에 묶여 미국 정부와 기업에게 무이자 또는 저금리 대출 형태로 활용되는 구조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글로벌 확산 비용을 외부(사용자)에게 전가하며 미국 금융 시스템에 막대한 혜택을 집중시킨다.
전략적 통제와 글로벌 규제 패권 강화: ‘자산 동결’ 권한
GENIUS Act는 단지 경제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 법안은 미국이 디지털 시대에도 금융 통제력을 잃지 않기 위한 전략적 요새 구축이다.
규제 통일과 기술 유치: 연방 차원의 ‘맞춤형 핀테크 라이선스’
과거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는 주(州) 단위의 송금업 면허(Money Transmitter Licensing)로 인해 파편화되어 있었다. GENIUS Act는 이 복잡성을 해결하고 연방 차원의 통일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미국 내 혁신 가속화: 이 법안은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맞춤형 핀테크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규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대형 기술 기업과 전통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해외로 유출되던 기술 인재와 자본을 미국 본토에 붙잡아 두어 세수 기반을 확대하는 간접적인 경제 효과로 직결된다.
블록체인 상 자산 동결 및 소각 능력 명시
GENIUS Act의 가장 강력한 조항 중 하나는 국가 안보 및 불법 금융 방지에 관한 것이다.
달러 흐름 감시 의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은행 비밀보호법(BSA) 등 모든 금융 기관에 적용되는 규제를 준수할 것을 명시했다.
자산 동결 및 소각 능력: 더욱 나아가, 발행사는 법적 명령이 있을 경우 제재 대상의 자산을 동결(Freeze)하거나 심지어 소각(Burn)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미국 재무부가 제재를 우회하려는 국가나 테러 자금에 대해 블록체인 상의 달러 흐름까지도 강력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조항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글로벌 금융 감시 시스템의 확장판으로 만든다.
결론: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의 2.0 버전이자 미국의 수익 모델
2025년 10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통해 ① 막대한 이자 수익 독점, ② 1조 달러 규모의 국채 수요 확보, ③ 글로벌 디지털 금융 통제권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가 디지털 시대에도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달러 패권의 2.0 버전이다. 우리는 이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곧 미국 경제의 새로운 자본 흐름과 향후 국제 금융 전략을 읽는 열쇠임을 명심해야 한다.
핵심 정리
미국은 GENIUS Act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하고 이를 달러 금융 인프라로 확보한다. 이 전략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1조 달러 규모의 미국 단기 국채 수요로 전환시킨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이자 수익 독점과 글로벌 디지털 금융 통제권을 강화하는 달러 패권의 2.0 버전이다.
